본문 바로가기
기타내용

건축가 K 시리즈-2

by 아마추어 건축가 2014. 6. 11.

#2.

교보생명사거리를 지나서 신논현역근처 영동시장부근에서 대준은 자신의 빛나는 아르마니 폰의 버튼을 살짝 터치하였다.

빛나면서 전송되는 신호음...

 

철규냐?

예. 형님.

나 지금 근처 온 것 같은데, 정확하게 거기 BAR가 어디있는거냐? ,, 그래서 ,,,음,,, 우회전하고,,, 아! 거기냐? 알았어 금방 갈게.

 

전화 끊자마자 핸들을 과격하게 꺾는 대준의 차는 그대로 부드럽지 않은 승차감을 자랑(?)하면서 골목을 지나갔다.

오후 4시. 술 먹기는 조금 이른 감이 있는데 하는 생각과 더불어 오늘 현상설계도 물먹어서 기분이 정말 더러운 상태였던 차라 대준은 그냥 후배 철규나 만나서 술 한 잔 할 요량에 차를 바 전용주차장에 파킹하였다.

바 안에는 이른 시간에 비해서는 그래도 제법 사람들이 모여 앉아서 술을 먹으면서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이런, 이 시간에 일들 안하고 뭐하는 짓들이지...

 

중앙 바에 앉아있는 철규를 발견하고 대준은 그의 옆에 걸터앉았다.

 

아! 형님, 오셨어요?

 

대준을 알아차리고 맞는 철규를 보면서 그 앞에 놓여있는 한 병의 밸런타인21년산을 본 대준은 철규의 인사에 답은 하지 않고 스트레이트 잔에 따라 한잔을 순식간에 자신 목구멍에 넘겼다.

 

형님, 뭐가 그리 급하셔서 오자마자 원샷 이요?

뭐... 너에겐 좀 쪽팔려서 말하긴 그렇다...

형님 요즘 좀 힘들다면서요..

 

이런, 이놈이 나의 속을 긁는구먼... 하면서 대준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표정관리를 하면서 약간은 떨리는 억양으로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답했다.

 

하하...너 많이 컸다. 내가 언제 힘든 것 봤냐? 누가 그런 이야기 하냐? 나는 괜찮아. 네 사무실은 좀 어때?

뭐 그럭저럭 이지요...

 

씨익 하면서 입가에 살 짝의 미소를 머금은 철규.

그런 모습을 보면서 대준은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음을 느꼈다.

 

형님, 사실은...

 

어느 정도의 시시껄렁한 그렇고 그런 상투적인 안부인사정도의 대화가 진행되다가 철규가 특유의 진지한 목소리로 대준을 불렀다.

 

....왜?

 

네덜란드에서 동민이 형이 우리나라 들어왔어요. 소식 들으셨지요?

 

누, 누구...?

 

갑자기 대준은 술기운이 확 깨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박동민이 말이냐? 박동민?

예...박동민 형이요.

철규는 간단하게 응답을 하고선 자기 앞에 술잔을 음미하듯 넘겼다.

대준은 정말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대상인 박동민의 이름을 들으니 피가 갑자기 거꾸로 솟는 듯한 격한 분노감을 느꼈다. 정말로 이러한 기분이 있구나. 할 정도의 그런 더러운 기분...

 

허어...

 

대준은 더 이상의 말을 잇지 못하고 바로 스트레이트로 한잔을 자기 임안에 부어넣었다.

 

왜 왔더냐? 그 자식은...

그 형 그동안 네덜란드에서 자기 아뜰리에 운영하면서 국내에도 꽤 유명한 인사들 주택들도 설계했다는 것은 알고 있으셨죠?

뭐 그자식이 해봤자 개집이나 설계했겠지... 헐

 

정말 대준이 스스로 생각해도 유치하고 옹졸한 대답이었다. 그만큼 콤플렉스가 동민에게 있다는 반증 일 텐데 말이다.

 

훗...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형은 뭐 그리 동민이 형을 의식하쇼? 너무 티나요.

그건 그렇고 그 형이 들어와서 이번에 우리 대학 건축과 총동문회 같은 것을 한다고 총무인 김이생 이가 연락이 왔어요. 그러면서 총무가 형한테는 자기가 직접 전화 못하겠다고 나보고 전해달라더군요

허어...그놈의 이생이놈이 이름도 이상한 놈이 행동도 이상하네... 뭐 그 딴것을 나에게 그냥 직접 전화해서 이야기 하던가 아니면 공지메일을 보내든가 하면 되지...그것을 꼭 철규 너에게 전해달라고 하는 것은 또 무슨 의미냐?

아무래도 형한테는 껄끄러운 사람이라서 그런 거겠지요.

 

철규가 대답한 후에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아뿔싸? 잘못 말을 꺼냈다는 생각을 한 철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고 생각하였다.

 

형... 뭐 특별한 뜻이 있어서 그리 말한 것은 아니구요...

 

대준은 벌써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하면서 조소의 일부처럼 변하면서도 내심 속이 넓은 사람인체 하면서 철규에게 조용히 대답했다.

 

허..허허... 뭐 나는 괜찮다. 다만 오늘 우리 사무실...아이 참 쪽팔려서 내가 이야기 안하려고 그랬는데... 조그만한 것 콤페 떨어지다 보니 좀 실망해서 그렇다...

뭐 그깐놈 박동민이야 뭐 한번 만나면 되지 뭐...

 

대준은 뒷말을 흐리면서 다시 한 번 자기 앞에 놓여있는 스트레이트 양주잔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자기 목구멍 속으로 부어넣었다.

 

'기타내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축가 K-06  (0) 2014.06.17
건축가K- 05  (0) 2014.06.13
건축가 K 시리즈-01  (0) 2014.06.11
헛소리~오랫만에 헛소리! 재미있다 나름대로  (0) 2012.02.28
사설/10월 27일] 서울이 바뀐다 정치가 달라진다  (0) 2011.10.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