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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내용

건축가 K-06

by 아마추어 건축가 2014. 6. 17.

#6.

 

대준은 통화로 미리 시간약속을 정하였다. 새롭게 개발되는 강남에서도 전망이 밝은 도곡동을 찾아가고 있다. 물론 자신의 애마인 승용차 볼보를 몰면서 말이다.

볼보는 매우 오래된 것이지만(대준은 그것을 전통이 흘러넙친다고 하지만 글쎄...)

그래도 유유히 강남대로를 지나가고 있다.

오후 1시 32분. 아직은 시간이 있다고 생각되는 대준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도곡동으로 가고 있다. 속으로 의뢰건 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유실장이 자신에게 건넨 대지의 상태와 기존건축물의 상태보고서를 오전에 대충 읽어보았다. 상태는 그다지 특별하게 규제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한 것들이 대준에게는 매우 편안한 마음으로 건축주를 대할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놓였다.

 

유실장이 시간약속을 2시로 잡았다는데, 누구랑 통화를 한 가지? 그거야 별 상관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자.

 

대준은 자기답지 않게 요새 와서는 매우 치밀하게 계산을 하는듯한, 그리고 판단하는습관등이 생겼다.

그러다보니, 그날마다 클라이언트의 미팅이 있을 때에는 의복이나 시계, 구두 등까지도 꽤나 신경을 썼다.

대준의 복장은 이러했다. 정장은 4년 전 구입한 은회색의 조르지오 아르마니이며 구두는 무광 검정의 태스토니, 평소에 별로 착용하지 않는 시계는 정장에 어울리게 까르띠에 제품이었다. 또 한 가지 액세서리로는 대준이 정말로 아끼는 몽블랑 만년필을 상의 안쪽에 꽂고 있었다.

어느 정도 갖췄다 생각하는 대준은 매우 자신이 잘났다고 생각이 들어서 사무실 출근했을 때에 미스 송에게도 유실장이나 다른 직원들에게도 복장에 신경을 더 쓰라고 하였다. 직원들의 얼굴표정은 신경도 안 쓰고 말이다. 전날 야근도 하고 매우 피곤한 상태의 직원들이었기에 별로 신경 써서 듣지도 않았다. 참 잘돌아가는 사무실이다.(이건 비꼬는 말인 것은 다들 아시겠지)

 

대준은 도곡동 주소의 집 앞에 볼보를 세웠다.

 

여기인가?

 

클라이언트가 직접 의뢰를 해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그것도 꼭 대준 자신을 찾아서 지명해서 설계의뢰를 한 것이니 더욱 대준으로서는 사실 약간은 부담스러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런 마음들이 무엇이 중요한가! 사무실 관리비와 월 임대료 등이 밀렸고, 대준이 그래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직원들 인건비가 처음으로 위험한 위기가 다가오는데, 빨리 설계를 수주하여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특히나 이번 달 2건의 현상설계공모을 하였으나 결과는 참패를 겪다보니 디자이너 중에 제일 우수한 김과장이 이직을 하겠다고 사표를 대준에게 가져온 것에 매우 충격을 먹었고, 그로인해 사무실 분위기는 얼음이었다.

대준이 그런 가운데서 사무실 돈이라도 여유롭지 않으면 사무실 인원들이 하나가 될 수 없기에 그래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그래도 자존심이 상한다는 어줍잖은 이유로 절규한테 진정한 감사는 하지 않았다.)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건축가 김대준입니다. 오늘 2시에 약속을 했는데요.

 

외관이 워낙 화려한 저택의 대문이 아무런 소음 없이 자연스럽게 열렸다. 유럽의 목조주택브랜드의 제품으로 추정되는 그러한 대문이었다.

집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의 정원이 일단 펼쳐졌다. 그런 앞에는 여러 단의 조경석으로 이루어진 계단이 보였다. 그곳을 향하여 올라가보니 양쪽으로 거대한(처음엔 사자처럼 보였다. 약간은 대준도 떨렸다.)몸집의 개 두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개의 종류는 대준은 잘 모른다. 워낙 개들을 싫어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 개들의 중앙에 검은 양복을 입은 50대 후반의 신사가 서 있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별 말씀을요... 아까 저희 사무실 직원하고 약속하신 분이신가요?

 

예. 제가 이곳의 관리를 담당하는 오집사라고 합니다.

 

대준은 너무나도 색다른 분위기에 긴장을 하였다. 이런 곳에 무슨 집사가 있단 말인가?

 

그럼 저를 따라오십시오.

 

대준은 이내 당황스러운 긴장된 모습을 감추고 당당하게 그 오 집사를 따라 갔다.가면서 너무나 대화가 없으면 분위기가 애매모호할 것 같아서 말을 오십사에게 건넸다.

 

아까 출입한 대문은 유럽산인 것처럼 보이던데, 어느 나라 것인가요?

 

대준의 그런 질문에 오집사는 뻔 하니 잠시 머물러 서서 쳐다보더니 다시 걸으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그건 미국산 마빈(Mrvin) 회사 제품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에 미국에서 목조주택시공을 좀 하다 보니 그쪽에 대해서는 압니다. 이 집의 구조는 철근콘크리트조이지만 나머지 마감재와 액세서리 등은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것들입니다.

....

 

대준은 괜히 말을 했나보다 하고 당황했다. 그러다보니 그때부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집사를 따라갔다.

 

어쩐지 아까들어오기전에 보니까 외벽의 마감도 일부는 적삼목이었고, 일부는 스터코플렉스이더군... 그런 것으로 마감하기보다는 그냥 노출콘크리트로 하지...이 집 누가 설계를 한 가지?

 

대준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면서 오집사를 따라 들어갔다. 집안은 긴 복도를 지나서 일반 집과 다르게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으로 인테리어가 되어 있었다. 복도를 거쳐서 매우 넓은 리빙룸이 나왔다. 그리고선 그 옆으로는 글라스로 처리되어있는 공간이 세 개 정도가 되었는데 오집사는 그중의 첫 번째 방으로 대준을 인도했다. 대준은 오집사를 따라 오면서 건축가답게 머릿속에서 대충 이 집의 평면도를 그려보았다. 일단 건축주를 만나서 대할 때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약간의 자신의 포장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고 오늘 만날 건축주가 여성이라는 점에 그런 부분들이 많았다. 그것도 젊은 여성.

실제로 대준은 아직 미혼이었다. 40대 초반의 미혼, 대준으로서는 일이 바쁘고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서 아직 결혼을 아직 못했다고 하지만 사실 여러 여성들을 좋아하다보니 마음을 한 여자에게 못잡아서 그렇게 된 것이 결혼 못한 이유로 크다고 볼 수 있다.

 

글라스로 한쪽 면을 마감되어있는 그 방은 GUEST ROOM-A1이라고 되어있었다. 무슨 집이 길래 사무용도의 방들이 많을까하는 생각과 더불어 바닥의 마감이 이탈리아 대리석인 것 같아서 매우 돈이 많이 들어간 주택으로 생각하였다.

그리고, 상대편 벽면은 대나무 반을 잘라서 일정간격으로 하여 부착하여 마감을 하였다. 그것도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마감방식이라고 대준은 생각하였다.

 

잠시 후, 오집사는 들어오지 않고 한 아가씨가 찻잔을 들고 와서 대준이 앉았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대준은 그 아가씨를 쳐다보았다. 매우 예뻐 보이면서 어려 보였다. 그러면서도 성숙함이 묻어나왔다.

 

오오... 여기 괜찮은데!

대준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크게 미소를 지었다. 차는 향내를 맡아보니 중국의 차중의 이름 모를 차 같았다. (대준은 차 종류 같은 것 잘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자기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만...)

 

고마워요!

 

대준은 괜히 한 번 더 눈웃음을 지어주었다. 그 아가씨도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화답을 하고선 잠시만 기다리시라는 말을 하고서 밖으로 나갔다.

 

그나저나, 여기가 도대체 누구네 집인가? 유실장보고 등기부등본을 추적해보라고 했더니만 제대로 조사도 안 해서 나에게 들어온 자료로는 파악을 못하겠던데, 단지 여기 토지와 건물 등기부등본상의 소유주는 임상미로 되어있는것만 알았는데...

 

대준은 속으로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면서 기다렸다. 약 7분정도가 흐르고 난 뒤에

글라스 게스트 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들어오는 한 여성. 그 여성은 무엇인가 다르게 느껴지는 분위기로 봐서 대준는 오늘 만나야 할 클라이언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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