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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내용

건축가 K 시리즈-01

by 아마추어 건축가 2014. 6. 11.

건축가 K

 

 

#1.

건축가 김대준은 그다지 진지하지 않은 사람이다. 약간은 비열하기까지 한 이 세상에서 무엇인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전에 그의 가치관은 성립되어버렸다. 그러한 것들은 성장기에 어느 정도 성립이 되었으리라.

국내의 명문 공학대인 H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였지만, 사진촬영이나 스케치 같은 것들을 더 좋아한 나머지(대부분 건축물에 대한 것들보다는 그 내용이 젊은 여성의 나체라는 것이 좀 껄끄럽다.)많은 학창시절을 대부분 공학적인 수업에 얽매이기 보다는 여행이나 여성들에 대한 작업(?)등에 열중하게 되었다.

그런 결과는 뻔 한 것이었다. 학점은 그다지 좋게 나오지 않았다. 많은 동문들이 그렇게 서로간의 건축적인 실력을 쌓아가면서 서로간의 돈독한(?) 경쟁 및 유대관계를 맺어가고 있을 때 대준은 대학교 3학년까지(물론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제대해서 학교를 복학을 하고난 뒤)그다지 건축적인 재능을 놀랍게 발휘하지를 전혀 못했었다.

그것보다는 클럽에서의 유흥문화, 바이크를 어떻게 타면 폼 나게 탈것인가, 여심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인가 등등의 잡스러운 것들에 대한 지식이 남들보다 더 노련하게 쌓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대준은 3학년 2학기 때부터 각종 건축 및 조경디자인 공모전등을 관심 있게 기울이더니 에로티시즘과 건축적인 것을 접목시키는 주거환경(정말 일반적인 견해로는 쓰레기 같은 작품들이다 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콘셉트를 내세웠던 건축가도 있었으니 그분들에게는 미안하다.)등을 내세우며 공모는 출품하는 데에 의미를 둔다는 형식적인 틀을 깨고 당당히 입선을 여러 번 하면서 건축설계사무실들의 시선을 집중받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건축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했다. 그의 인생은 그렇다. 무엇하나 딱 부러지게 하는 일이 없다. 물론 관심을 가지면 곧잘 해내곤 하였지만 말이다.

 

2010년 4월

화창한 봄 날씨라기보다 더한 초여름 날씨에 가까운 매우 더운 날씨이다. 이런 날씨에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간단하게 와인 한잔할 수 있는 와인바(BAR)가 최고라는 생각을 하면서 대준은 자신의 유일한 운반도구인 자동차안의 운전석을 뒤로 약간 젖혔다.

대준은 드라마 같은데서 보이는 그러한 외제고급컨버터블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은 승용차 애호가(?)답게 투박한 볼보1987연식(멀리서 보면 마치 소나타1처럼 보인다)을 몰고다닌다.

워낙 들어가는 관리비나 기름 값을 빼면 그럭저럭 탈만하고 폼잡을만한 차이다. 그래도 지금은 나은 편이다. 4,5년 전만 해도 볼보는 직수입하는 업체가 없고 볼보 정비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없었으며 이 87연식은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었던 상태라서 사이드미러 하나 가는데 에 일본까지 차를 비행기에다가 고이 모셔서 비행기 값까지 치러가면서 일본정비소에 수리를 해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가 이런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대준은 좋아하는 무엇인가에 관심이 집중되면 매우 수년간 오래가는 습성이 있어서 이 87연식 볼보도 그러한 관심집중대상중 하나인 것이다.

 

이거 정말 가스가 다 새어나갔나?

 

대준은 이 87연식의 에어컨 바람이 시원치 않음을 둔하게 느끼고선 툴툴댔다. 그래도 카오디오만큼은 정규 소니(Sony) 최고급이라는 위안을 삼으며 지긋이 장착되어있는 mp3가 담겨져있는 시디를 플레이하였다.

잔잔하게 깔리는 이지리스닝 뮤직. 언제부터인가 대준의 귀에는 헤비메탈보다는 재즈가, 그러다가 요새는 클래식이나 이런 세미클래식 스타일의 이지리스닝 계열을 즐겨듣게 되었다. 나이가 먹어서인가? 할 수 있는 그런 취향의 변화이다. 한창 열정이 들끓어 오를 청소년시기에는 정말로 메탈리카 나 약간은 장르가 틀리긴 하지만 너비나 등의 그룹을 좋아했던 나머지 직접 그룹을 결성하기까지 했었다. 물론 무지막지한 연습실의 비용과 악기구입에 들어가는 무모한 돈 등에 의해 젊은 대준과 그와 뜻을 같이하는 피 끓는 청춘들은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마침 휴대폰의 진동이 울렸다. 번쩍 빛나는 아르마니 폰의 화면에 찍히는 번호를 보면서 대준은 양미간을 약간 찡그렸다. 별로 받지 않고 싶은 모양이다.

그래도 몇 번 전화벨이 울리는 동안 듣고 있던 음악을 끄고 전화를 받을 때 상대방에 대한 보이지 않아도 지키고자 하는 예의를 갖추고자 간단한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님, 저예요.

 

짤막한 저음의 남자목소리, 철규였다.

박철규는 대준의 2년 학교후배이다. 학교에서는 동급생들 중에는 제일 먼저 건축의 선진문화를 배우겠다고 외국 유학의 길에 오른 놈이었다. 매우 똑똑하고 예술적인 건축재능도 남달라서 대준이 약간은 부러워하는 사람들 중의 일부이다. 그래도 대준은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기에 그러한(부러워한다는)기색은 지금까지 전혀 철규 한테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자기 사무실을 오픈하고 나서는 더욱 더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준도 나도 유학을 좀 다녀올 것을 그랬나? 하는 후회도 들 지경 이었다 그로 그럴 것이 국내의 건축설계의 시장이 거의 해외파 건축가 (국내의 일류명문건축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과정 등을 미국이나 유럽등지의 국가에서 선진 콘셉트로 무장된 명문 대학 등에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받고 아예 내친김에 현지 유명 설계사무소등에서 현장실무도 조금 쌓고, 좀 유명한 건축가들하고 사진도 찍고... 아 이런 내용이 아닌데, 여하튼 그러한 이론과 실무에 대해서 국내건축가들보다 선진문화의 이력으로 무장한 약간은 젊은 세대의 건축가부류들을 말한다.)들에 의해 좌우 되가고 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대준은 기죽지는 않는다. 그 나름대로 실력도 있고 접대도 잘하니까...(?)

 

왜?

음 오래간만인데, 형님 너무 반응이 짧네요.

자식~ 많이 컸구나. 나에게 그런 이야기도 건넬 줄 알고...

형님, 지금 얼굴 좀 봐요, 드릴 말씀도 있고 해서...

 

대준은 알았다고 하고 휴대폰을 껐다. 선탠 안한 차창으로 들어온 오후의 매우 뜨거운 햇빛에 의해 아르마니 폰은 빛을 선명하게 반사시켰다.

 

갑자기 대낮부터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자는 건가? 뭐 하긴 잘됐군. 오늘 오후 스케줄도 마땅히 없었는데...

 

대준은 휴대폰을 열어 터치에 의한 감촉을 느끼면서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대준 아뜰리에입니다.

 

미스 송의 목소리였다. 목소리는 정말 아름다운 미인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그런 천상의 목소리. 실상 외모는 당연히 천상이 아니다. 천하...?

 

그래, 유실장 좀 바꿔줘봐~

예, 소장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전화를 돌리는 중간의 음악소리. 매우 평범한 음악이다. 그냥 듣고 있자니 따분하고 졸린 그런 류의 클래식음악. 대준은 제목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그 짧은 대기시간 중에 들었다.

 

여보세요, 유현종입니다

나야.

아, 예 소장님...

오늘 그건 어떻게 결과 났어?

 

대준이 물어보는 것에 약간 머뭇거리는 유실장. 전화 속에라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분위기이다.

대준이 물어보는 프로젝트는 거의 한달 동안 직원들 3명 붙여서 노력하고 공들인 현상설계 건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한 연면적 600평정도의 3층 건물인 청소년수련원 건물인데 워낙 힘든 시기인지라 설계사무실들도 현장설명회 할 때 엄청 몰렸었던 기억이 난다.

대규모 설계사무실들도 여럿 보였는데 대준이 그 현장설명회날 약간 못볼짓도 하면서 격렬하게(?) 현장설명회를 참가했었다. 그런 덕분에 함께 동석했던 유실장은 얼굴을 잘 들지 못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러한 현장설명회에는 으레 타 회사 입사동기들이나 학교동창등을 여럿 만나게 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날도 몇몇 동기들 보고 눈인사하고 서로 설명회 끝나고 만나자고 메시지까지 보내고 했는데 대준의 그런 모습을 보고선 유실장은 아예 그들을 만나기를 거부해버렸다.

대준의 요즘 건축설계업계의 평판은 한마디로 파격이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심하게 말하자면 난동(?)이라고 할까? 건축 디자인에 있어서의 풀어나가는 수법은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디함과 일반적인 건축가들이 사용하지 않는 방법들인 것이었다. 국내의 건축법규에 적용되기 힘든 구조들이라던가, 단면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멀티한 층 구성 등은 대준 밑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직원들의 고생으로 이어졌다. 그러다보니 직원들은 이직율이 높았고, 그네들끼리의 소문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래도, 대준의 특기인 언론 매체 등의 적절한 기고와 작품은 자기만의 세계를 알리는데 에는 효과적이어서 대학생들이나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다는 예비건축가들에게 있어서는 꽤나 인기가 있다. 다만 실제 클라이언트들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 되다보니 경제적인 면에서 약간은 남루한(?) 삶을 사는 편이 되었다.

 

안되었습니다... 당선은 아크포에잇에서 먹었습니다.

음....뭐 그럴 줄 알았어. 유실장 수고했어.

아닙니다. 수고는요...뭐 되었어야지 그런 이야기도 들을 텐데요.

아니야...내가 못나서 그렇지. 이번 팀원들 데리고 소주나 한잔해.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예...

 

유실장이 전화를 끊었다. 대준은 법인카드 사용하라고는 했지만 뭐 카드사용 한도액도 별로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정말 말 그대로 소주나 한잔정도...

아마 자기네들끼리 먹다보면 알아서들 지기들 카드 긁겠지... 2차 가면은...

대준은 속이 타들어갔다. 요즘 와서 자기 실력이 먹히지 않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콤페 (현상설계)에서 실력만으로는 절대로 당선되지 못한다. 그래도 올해 들어서는 너무 저조한 실적이라서 자존심에는 이미 먹칠하고 난 뒤이다.

승률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10번 중에 1번도 힘들다.

일반입찰은 너무나도 수많은 업체들이 매일 고만고만한 설계건등에 참여하는 바람에 고작 5천만 원 수준의 설계입찰에 600에서 700개정도의 업체들이 달려드는 상황이다.

대준의 사무실에서는 그런 상황들에 발맞추어서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는 다른 타 사무실에 비해서는 그래도 인간적이다.

대준의 성격상 그러한 짓들은 못한다. 다만 대신 몇 남지 않은 직원들을 달달 볶을 뿐이다. 그것도 설계디자인가지고 말이다. 건축물 에 여성의 나체의 아름다움을 집어넣어야 된다느니 마느니 하는 그 딴것들의 토론을 벌이고, 툭하면 밤샘작업을 시킨 후에 새벽3,4시에 무슨 해장을 시킨다고 해장술을 먹이고 하면서 아침나절까지 직원들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그런 방법들을 사용한다. 어찌 보면 이러한 대준의 행동들이 직원들이 다른 길(이직)을 선택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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