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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건축디자인정보수록

내진설계이야기-11

by 아마추어 건축가 2010. 1. 25.

최원호의 내진설계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번 잠시 언급하였지만, 오늘부터 올리는 글들은 건축구조물의 내진설계(耐震設計)에 관하여 그 배경 및 원리 그리고 여러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는 기준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글을 쓸때(이렇게 적으니 꼭 제가 무슨 작가 같네요! ^_^) 먼저 결론부터 내리고 그 이유에 대하여 언급을 하는 방법( 연역법(演繹法)이라고 하나요!)을 좋아합니다. 오늘 이야기는 내진설계에 있어 어쩌면 가장 중요한 개념일지도 모르는 내진설계란 무엇인가? 내진설계의 철학, 그리고 우리나라 내진설계의 제정 배경,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할까 합니다. 어쩌면 발전방향에 대한 내용은 궁극적으로 제가 현재 적용되고 있는 국내 내진설계에 관한 기준과 원리들을 말씀드린 후에 해야될 이야기이나, 먼저 밝혀두는 것이 앞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있어 좋을 것 같아 미리 글을 올립니다.

제가 감히 내진설계에 대하여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 얼마나 건방지고 무례한 것인지 알고 있습니다. 저 또한 학생이기에 아직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이 글들의 대부분은 지도교수님이신 이동근 교수님의 자료제공과 내진공학을 전공하신 많은 분들의 글을 인용하고, 그리고 제 나름대로 느끼고 판단한 내용이 첨가가 되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밝힙니다. 일일이 이러한 글들에 대한 출처를 밝히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저는 이러한 글들과 각종 자료들을 편집하고 추스려서 여러분들에게 전달하는 입장으로, 혹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와 저 또한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언제든지 글을 읽어보시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따끔한 질책을 부탁드립니다.

서론이 너무 길은 것 같군요!
자! 그럼 내진설계 다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내진설계란 무엇인가?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지면에 놓인 모든 구조물들이 지면과 함께 움직이게 됩니다.  급정거하는 버스안의 승객이 앞쪽으로 쓰러지게 되는 현상과 마찬가지의 원리로 지반이 흔들리게 되면 관성을 가진 구조물이 흔들리게 되며 구조물을 구성하고 있는 기둥, 보, 전단벽 또는 가새가 축력, 전단력, 휨 모멘트 등의 형태로 지진의 영향을 받게 되지요.  
내진설계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지진에 대하여 구조물이 안전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때 "安全"이라는 의미가 일반이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닏다.  아무리 큰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구조물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설계(earthquake proof design)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내진설계(earthquake resistant design)는 경제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것이 어쩌면 그 절대적인 원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진설계의 철학(哲學)  

구조물에 있어 경제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내진설계은 다음과 같은 기본 철학을 따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기본철학은 미국 SEAOC (Structural Engineers Association of California)의 Blue Book에서 나왔습니다.
미국의 내진설계 역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내진설계 기준의 제정과는 너무나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할 예정입니다.
내진설계는 1927년에 처음 성문화되기 시작하여 많은 지진들을 격으며 조금씩 개정 및 보완되었으며, 1957년에 소위 캘리포니아 구조기술자 협회라는 SEAOC에서 본격적으로 내진설계 기준의 개발을 시작하여 그 결과
1959년에 SEAOC Recommended Lateral Force Requirements를 제정하고 공표하였습니다. 이 코드는 책의 표지가 파란색이라고 하여 일명 "Blue Book"이라고 불렀고, 아마도 이제는 이 단어가 거의 내진공학에서는 고유명사가 되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는 Blue Book 이라고 하면 또 한가지 중고차 가격에 대한 시세표도 애칭으로 이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여담!!!)
예, Blue Book에서 최초로 내진설계의 목표라는 것을 제시하였고 이것이 현행 모든 내진설계 기준의 철학으로 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차세대 내진설계 개념이라는 것이 바로 이 기존 내진설계의 철학이 흔들리는 바람에 시작되었으며, 많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개발한 내진설계가 바로
성능에 기초한 내진공학(Performance Based Seismic Engineering-PBSE)입니다. 이렇게 먼저 밝히니 앞으로 할 이야기에 대하여 읽어볼 맛(?)이 떨어지는게 아닌지....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내진설계의 철학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계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With regard to earthquake response, the aim of the code is to lead to structures that can resist minor earthquakes undamaged, resist moderate earthquake without significant structural damage even though incurring nonstructural damage, and resist severe earthquakes without collapse.

의미를 잠시 살펴보면,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작은 지진에 의해서는 구조물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정도의 설계는 경제적인 부담을 크게 증가시키지 않으면서 자주 발생하는 지진에 의한 피해를 방지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가끔 발생하는 중간정도 크기의 지진에 대해서 건축 마감재의 피해는 허용하지만 構造部材에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약간의 보수를 통하여 구조물의 再使用이 가능하도록 한다.  인명의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내진설계에 의한 경제적 부담이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소요되는 보수경비를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대규모의 지진에 의해서도 구조물이 전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하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구조물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을 예상하지만 구조물이 붕괴하는 일은 없도록 함으로써 인명의 피해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한다.  이러한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구조물의 재사용이 불가능하게 되는 수가 많다.

이러한 내진설계의 원리는 인명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도 내진설계에 의한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러므로 큰 지진이 발생하여 구조물이 상당한 피해를 입더라도 붕괴하지는 않았을 경우에는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었다"고 간주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지난번 고베에서 지진이 발생하였을 때에 우리는 수많은 건물이 붕괴되거나 파손된 경우를 보았는데,  이 지진은 내진설계에서 고려한 수준 이상의 위력을 가진 지진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에 구조물이 파손되어 재사용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라도 내진설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반면에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가 붕괴되어 인명의 피해를 유발한 건물은 내진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요!

자! 그러면, 구조물에서 내진설계의 기본철학을 달성하게 위하여 어떠한 사항들이 고려되어야 할 것인지 살펴보지요!

내진설계시 고려되는 사항들

지진에 견디기 위해서 구조물은 일정한 수준의 강도을 가져야 하는데 매우 큰 지진에 대해서 견디기 위한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내진설계에서는 경제성을 고려하여 구조물의 유연성(柔軟性)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지요.  구조물이 유연하게 되면 지진의 영향이 감소하여 강도에 대한 요구가 줄어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유연한 구조물은 또한 변형이 커지는 약점이 있어서 작은 지진에 의해서도 유리창이 깨어지는 등의 비구조재의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구조물이 큰 연성(ductility)을 가지도록 하여 구조물의 비선형거동을 통한 에너지 소산효과를 얻는 방법이지요.  연성이란 지나치게 큰 힘을 받게 되었을 때에는 구조물이 큰 변형을 일으키며 부서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바로 세계 각국의 내진설계 기준에서는 반응수정계수라는 것을 통하여 이 연성을 적절하게 고려하고 있지요!

현행 내진설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1) 지진위험도
대상지역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진의 크기와 발생빈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설계에 사용할 지진의 영향을 정합니다.  이 합리적으로 설정한다는 말에는 굉장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요! 고려하는 지역에서 예상되는 지진의 크기, 발생빈도 등, 이러한 자료는 많은 지진데이타를 근거로 설정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토를 여러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각 구역마다 지진위험도를 나타낼 수 있는 지역계수(地域係數)를 설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 지진위험도에 대해서는 지역계수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잠시후에 조금 상세하게 다루겠습니다.

(2) 구조물의 진동주기
지진의 영향은 구조물의 진동주기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므로 이를 적절히 고려하여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주기가 긴 구조물이 지진의 영향을 덜받게 됩니다.

(3) 지반의 특성
지진이 발생하여 인근지역으로 전파되는 지진파의 특성은 해당지역의 지반조건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죠! 연약지반에서는 장주기성분이 많아지며 암반에서는 단주기성분이 많아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1985년에 발생한 Mexico 지진이 두꺼운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Mexico City에 전파되었을 때는 진동주기가 2초 정도의 장주기성분이 지배적이어서 저층건물보다 중고층의 건물에 더 많은 지진피해가 발생하였답니다.

(4) 구조물의 연성
강한 지진에 대해서 구조물이 저항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구조물에 충분한 연성능력을 부여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목적으로 구조부재의 상세설계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되지요.  일반적으로는 지진피해를 분석한 결과와 실험 등을 통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각각의 구조방식에 대해서 연성능력을 평가하고 적절한 반응수정계수를 설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5) 구조물의 중요성
지진에 의하여 파괴되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게 되는 원자력발전소나 LNG 저장탱크 등과 같은 물론이고 지진피해의 복구를 위해서 매우 중요한 병원, 방송국, 경찰서, 소방서 등의 구조물은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물에 대해서는 일반구조물보다 더 엄격한 내진설계가 이루어져야 하지요!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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