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번에는 지진공학에 있어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라고 할 수 있는 지진계에 대하여 그 역사 및 원리에 대하여 잠시 이야기하겠습니다.
C. 지진계에 대하여
1. 지진계가 발명되기까지
지진계는 말 그대로 지진으로 인한 땅의 흔들림을 기록하는 기계입니다. 과학적으로 지진 연구에 이용된 최초의 지진계는 James Alfred Ewing, Thomas Gray, John Milne 라는 세명의 영국인이 일본 도쿄의 Imperial대학에서 만들어 냈습니다. 지진계의 발명은 원자 핵물리학에서의 사이클로트론의 발명에 필적하는 지구 물리학의 진보라고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지구 물리학용 기계 중에서 뭐니뭐니 해도 지구 속을 보는 눈으로서 가장 강력하고 또한 상세히 알 수 있는 것이 지진계이기 때문입니다. 지구 내부는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고 그 곳으로 사람이 갈 수도 없고 우주와 같이 탐사선을 보낼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구 물리학자들은 여러 도구를 만들었고 그 중 지진계가 가장 강력한 도구인 것입니다. 지진이 일어날 때 생긴 지진파는 지구 속으로 숨어들어가서 거기의 정보를 날라다 주는 리포터이고 지진계가 그 정보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러면 지진을 이용하여 지구의 내부를 파헤쳐온 역사를 알아봅시다.
1909년에 모호로비치치 라는 사람이 진원의 깊이가 50km 이내인 천발 지진의 기록을 연구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혔습니다.
즉,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진원에서 가까운 A관측소에는 진원에서 직접 전달된 P파만 기록되지만, 진원에서 먼 B관측소에는 진원 O에서 직접 전달된 P파 외에도 이보다 빨리 전달된 P'파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모호로비치치는 이러한 현상은 지구 내부에 P`파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또 다른 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그는 지진파의 전파상태로 두 층 사이의 불연속면의 존재를 밝힌 것입니다. 이면을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 또는 간단히 모호면이라고 하는데 이 면은 지각과 맨틀을 구분하는 기준면입니다.
지구 곳곳에 지진계가 설치되고 지진학자들이 그 기록을 연구하면서 지구상의 한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때 생성된 P파와 S파가 아래 그림처럼 전파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즉, 각 거리가 103도 이내의 지표에는 P파,S파가 모두 도달하지만 각 거리가 103도 에서 142도 사이에는 지표에는 진원으로부터 142도보다 먼 거리에는 P파만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지진파가 도달하지 않는 103도-142도 사이의 지표면을 바로 암영대라 합니다
그렇다면 암영대가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상황은 지하 약 2900km 깊이에 불연속면을 설정하면 쉽게 설명됩니다. 즉, P파와 S파는 지하로 들어갈수록 증가되는 물질의 밀도차 때문에 연속적으로 굴절하여 이 불연속면의 하부 층을 진행하므로 각거리 142도의 지표상의 지진계에 기록됩니다. 따라서, 진앙으로부터 각거리 103도-142도에 해당하는 지역에는 P파가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S파가 각거리 103도 이상의 지역에 전달되지 않는 것은 지하 2900km 의 불연속면 하부의 물질이 액체이기 때문이라고 해석됩니다.
1914년 구텐베르크는 지하 2900km 의 불연속면을 경계로 P파와 S파의 진행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이 면을 경계로 상·하부 물질의 물리적 및 화학적 성질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습니다. 이 불연속면을 구텐베르크 불연속면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맨틀과 핵을 구분하는 기준면입니다.
그후, 암영대 내의 각거리 11도 부근에서 약한 P파가 검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1935년에 레만은 이러한 현상은 지하 약 5100km에 불연속면이 있어서 그 하부층이 P파의 속도를 급증시키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이 불연속면을 경계로 핵은 외핵과 내핵으로 구분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불연속면을 레만 불연속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면은 구텐베르크 불연속면만큼 뚜렷하지는 못합니다.
2. 지진계의 원리
자! 그러면 아래 그림을 잘 보십시오!
무거운 추를 실에 매단후 실의 끝을 잡고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 보면, 추는 정지된 채 그대로 있습니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한 것이 지진계입니다. 지진이 발생하면 땅이 흔들리고 땅에 박혀 있는 지진계도 흔들리게 됩니다. 하지만 지진계의 추만은 관성에 의해 정지되어 있으므로 , 회전원통 기록지에 땅의 흔들림을 기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지진계는 수평동 지진계와 수직동 지진계가 있으며, 지진 관측소에서는 한 대의 수직동 지진계와 서로 직교하는 방향으로 두 대의 수평동 지진계를 한 조로 설치하여 지진을 입체적으로 기록하고 분석합니다.
최신의 지진계는 복잡한 전자 장비를 이용하여 땅의 흔들림을 기록하지만 그 기본적인 개념은 초기의 지진계의 개념과 같습니다.
3. 지진계의 조건
그럼 지진계가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조건은 무엇일까요?
① 고장이 안나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라구요! 맞습니다. 기록을 계측하는 도중 고장이 난다면 그 기록 전체가 의미가 없어지지요!
② 정확하게 그려야 합니다.
이것도 당연한 이야기라구요! 지진계는 크게 진동주가 긴 경우를 그리는 진자인 Seismograph와 진동주기가 짧은 경우를 그리는 Accelerograph가 있습니다. 공학분야에서는 후자인 Accelerograph를 이용하지요!
정확하게 그려야 한다는 의미는 다음과 같은 숨은 뜻이 있답니다.
첫 번째, 지진계에는 60%∼70%의 감쇠(damping)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다음번에 동적증폭계수에 관하여 이야기 할 시간이 있겠지만, 여기서 잠깐만 언급하자면, 단자유도계에서 구조물과 동적하중의 진동수비와 동적증폭계수(β)의 관계를 나타내는 Dynamic Transfer Function 그래프를 아마 알고 계신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보시면 감쇠(damping)이 작을수록 특정 진동수 성분대에서 증폭이 발생하지요! 이 그래프에서 감쇠가 60%∼70% 정도이면 거의 전 진동수 영역에서 거의 동적증폭계수가 비슷한 경향을 나타납니다. 바로 지진계는 이렇게 진동수 대역에 따라서 그 값이 증폭되거나 감소되면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진동수 영역에서 증폭율이 일정해야 바로 정확한 값을 가질 수 있는 것이지요!
두 번째는 위상각(phase angle)이 진동수에 비례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파동이 조합되는 경우가 바로 위상각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 우리가 왜 가속도 성분을 지진데이타에서 계측하는냐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지요!
만약 변위 데이타를 지진데이타로 계측을 한다면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속도와 가속도를 얻기 위해서는 한 번 미분, 그리고 두 번 미분을 해야 합니다. 변위 그래프를 한번 미분을 한다면 상수가 나타나는 형태가 되면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속도와 가속도 그래프는 구할 수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에 가속도 데이터를 계측한다면 한 번 적분하면 속도 그래프를 얻을 수가 있고, 두 번 적분하면 변위 그래프를 얻을 수가 있지요! 이 그래프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 의심스러운 분들은 고등학교 정적 수학책인가요, 미적분 부분을 한번 보십시오! 아마도 제말이 맞을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잘 살펴보시기를....
이러한 의미에서 내진설계의 동력학 원리에서 사용되는 동적평형방정식의 하중항에는 바로 지진 데이타로부터 계측된 가속도항이 포함되는 것이지요!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원호의 내진설계 세 번째 이야기를 여기서 줄일까 합니다. 네 번째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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