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김대준과 박동민과의 악연은 대학교 졸업 무렵부터 이루어져왔다. 대준이 H대학교 졸업반인 4학년이 시작 되었을 때 대준은 대학생활 3년 동안 열심히 학업에 집중하지 않음을 후회하면서 졸업하기전 1년 동안은 무엇이라도 유종의 미를 남겨야겠다. 라는 왠지 모를 사명감(?)같은 것에 의해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다.
대준은 그런 중에 여러 가지 공모전을 기웃거렸었고 때마침 대준의 본교인 H대학교에서 졸업대상자들을 대상으로 국제적인 유수의 해외명문대학들과 연계하여 건축공모전을 기획하여서 당선 팀의 멤버들에게는 해외 대학의 연수기회와 참관기회등을 주는 그런 화끈한 특전을 부여하기로 한 이벤트를 포착하게 되었다.
안 그래도 4학년 2학기의 후반에 접어들 무렵에 하나라도 더 자기의 놀았었던 이력에 종지부를 찍고 건축학도로서의 포장을 좀 하고자 했던 대준으로서는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대준은 바로 건축과 학부사무실에서 담당조교에게서 공모전 지침사항등을 전달받고 팀을 구성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보니 참가의 의향을 밝한 다른 팀들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 공모전에 참가하겠다고 한 팀은 대준을 제외하고 2팀이었다. 역시나 박동민이 주축이 된 팀과 또 하나의 팀은 나이는 어리지만 의욕과 건축적 재능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는 박철규의 팀이었다.
자식들... 또 이 녀석들인가? 훗...
대준은 마치 자기가 벌써 당선이나 된 듯한 말도 안 되는 거만한자세로 약간의 쓴웃음을 지으면서 자기와 함께 할 -사실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뒤치다꺼리나 시키려는 요양으로 - 팀원들을 모으러 다녔다,
대준의 팀원을 고르는 조건은 간단했다, 건축적인 재능이고 뭐고 필요 없었고, 여학생은 안되었으며(그냥 개인적인 취향이므로 다른 불만사항은 독자 분들께서 없으시기를 바란다), 그냥 술 마시면서 밤을 잘 새울만한 체력이 있어야 했고, 제일 중요한 것은 대준의 말을 잘 듣는 그런 건축적인 영양가는 별로 없는 유형의 학생들이었다.
고만고만한 대준의 생각속에서 채택된(?) 학생들은 3학년 이태봉과 1학년 새내기 구민호 였다.
대준은 이태봉과 구민호와 제일먼저 회동을 가진 후 한 행동은 일단 거나하게 술자리를 가진 것이었다. 일명 기획회의였다.
대학교근처 민속주점에서 대준의 선호에 따라 막걸리를 마시면서 이번 공모전의 건축적인 콘셉트이나 스케일 등에 대해서 나누고자 함이었다.
형님!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츄미 선생같은 콘셉트가 우리에게도 있어야 한다니까요?
뭘좀 안다는 식으로 버나드 츄미를 끄집어내는 이태봉이었다
츄미 선생 같은 소리하고 있네, 난 츄미는 별로 안좋아해. 그럴 거면 나는 아라타 이소자키나 베끼련다.
간단하게 이태봉의 의견을 묵살해버리는 대준이었다.
형님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그래도 이번공모전이 국제공모전인데요……. 뭐 물론 우리 학교 내에서 하는 거니까……. 학교공모전이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요……. 그래도 채택되면 우리도 해외로 나갈 기회가 되는 건데 이렇게 막걸리 마시면서는 국제적인 콘셉트는 좀 힘들겠는데요……. 우리 버드와이저나 때리러 가요. 제가 이 근처 잘 아는 비어클럽이 있는데...
이 자식... 우리 전통의 민속주인 막걸리를 뭐로 보고...
대준은 갑자기 탁자를 내리치면서 1학년생인 구민호에게 소리를 쳤다.
그런 상황을 재빠르게 눈치를 챈 이태봉이 대준을 말리면서 구민호에게 핀잔을 주었다.
사실은 대준에게는 주머니 사정상 이렇게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민속주점을 찾게 된 것인데 그런 사실을 후배들로서는 그때는 몰랐었다,
공모전의 시작이 된지 12일정도 지난시점이었다. 각 세팀의 정예의 멤버들은(?) 벌써부터 몰골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태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콘셉트의 방향은 정해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대준의 팀은 너무나도 규모면에서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해서 진행하고 있게 되었다.
그의 반면에 박동민의 팀은 소규모의 단독주택을 택한것이었다. 원래 이 공모전의 주제나 규모, 층수, 공법등등 여러 가지의 규제사항등이 없었던 터라 다분히 심사위원들의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격등이 반영되는 폭이 크리라 생각되었었던 대준이었지만 너무나도 극과 극을 달리는 프로젝트의 규모면으로 보면 종잡을수 없는 승부로 변해가고 있었던것을 감지하였다. 다행히 박철규팀이 중도의 길을 걷게 됨으로써 서로간의 팽팽한 긴장상태는 어느정도 완화시킬수는 있었다.
대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상대팀의 동정을 살피는 - 건축학도로서 전혀 이미지향상에 도움이 안되는 그런 행동이지 않은가! - 좋아보이지 않는 그런 짓을 자기 팀의 막내인 구민호에게 시키곤 했다.
저는 사실 좋은것이지 잘 모르겠어요...
무슨소리야? 좀 자세하게 설명해봐~
구민호의 자신없어하는 그런 목소리에 대준은 다그쳤다.
아니 이자식이 왜이렇게 뜸을 들여... 도대체 저놈들이 하고 있는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대준의 목청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울려퍼지고 있다. 무슨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얼차레나 주는 기합시간인줄로 착각할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형님. 잠시 진정하시고 민호말 좀 들어보시지요. 저도 궁금하긴 합니다만...
이태봉이 중간에서 끊고선 대준을 좀 진정시키는 노력을 보였다.
흠흠... 그래...그러자. 내가 너그럽고 인자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자제를 하는거다.
예...그럼 제가 한번 본것을 그대로 설명해볼게요...
박동민 선배팀의 작품은 컨테이너하우스에요...
뭐???
대준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가 졸업할즈음의 건축업계에서 컨테이너하우스 라는것은 정말 생소하고도 말도 안되는 그런 컨셉 이었기 때문이다.
푸훗... 훗하하하하...
대준은 약간은 오버하는것처럼 보이게끔 큰소리로 웃었다. 아니 정말 그렇게 웃었던것 같다. 가소롭다라는 듯한 표정과 함께 말이다.
동민이 그놈이 드디어 하다하다 안되니까 그런 시덥지 않은 것을 들고 나와서 개집을 지어버리는구나... 크하하하
형님! 그러면 동민이형네는 뭐 우리하고는 비교가 안되겠는데요...스케일이 벌써 차이나잖아요. 우리는 이거 완전히 25만평의 도시개발계획이니까 말이예요 하하.
이태봉이도 약간은 흥분한듯, 이미 벌써 해외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듯한 기분인것 같은 상태에서 대준에게 말을 건넸다.
하하... 그런겁니까? 저는 그런줄도 모르고 조마조마했네요...하하...
덩달아 1학년 구민호는 약간의 홍조를 띄며 미소를 지었다.
좋다~ 오늘 기분이다~내가 오늘은 막걸 리가 아니고 양놈 맥주를 사주마!! 껄껄 나가자~
대준과 그의 일당들은 그날은 호프집에서 기분좋게 마셔댔다. 작품마감일도 몇일 남지않으상태여서 매우 마무리하는 일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대준은 박동민 팀의 계획물이 그냥 변화없는 나대지에 컨테이너박스 하나 갔다놓는 것으로 되었다는것에 웬지 모를 승리감에 취해서 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실수였음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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